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이러한 농촌의 어려움을 고려해 농협재단은 2011년 2월 기숙사인 농협장학관을 설립, 농업인 교육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청자는 농업인증명서 또는 조합원증명서 등의 필수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소득과 학업성취도 등이 고려돼 최종 선발된다. 올해 입사경쟁률은 2대 1 수준. 봄을 맞아 기대와 호기심 어린 신입 사생들로 활기를 띠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농협장학관을 찾았다.
기숙사 건물을 떠올리면 각진 모양의 딱딱한 외관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농협장학관은 건물 디자인부터 산뜻하다. 목조 느낌이 적당히 섞인 곡선의 유려한 건물 외관은 서울의 거칠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누그러뜨린다. 지하 1층~지상 5층의 연면적 1만5537㎡(4700평) 규모에 최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농협장학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시설은 생활실이다. 2인1실에서 공부를 하며 꿈을 키워나간다.
1층 로비에서 신입 사생들의 입사 등록을 돕던 이동희 학생(한양대 4년)이 방을 안내했다. 침대 2개와 책상 2개가 놓인 방은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지만 2명이 생활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쾌적함은 학교 주변의 고시원이나 쪽방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여타 기숙사와 달리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동 사용하지 않고 방마다 설치돼 있어 학생들의 주거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이씨는 “고향이 전남 구례이인데, 서울에 기숙학사가 두곳이나 있지만 농협장학관이 가장 좋다”며 “최신 시설과 저렴한 가격에 매료돼 1학년 때부터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신입 사생을 안내하던 남호현(숭실대 3년)·강이서(홍익대 2년)·박태양(성신여대 2년) 학생도 한목소리로 “농협장학관 덕분에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농협장학관은 1년에 두번 생활비를 내는데, 한 학기당 50만원이다. 한해 통틀어 100만원밖에 들지 않으니, 한달에 8만3000원꼴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4년제 국·공·사립대학의 기숙사비(2인실)는 한달에 18만원이다. 이에 비하면 농협장학관 이용료는 반값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국내산 농산물로 조리한 세끼 식사비가 포함된 가격이니 거저나 다름없다. 음식 맛도 뛰어나 인근 대학교에 재학 중인 사생들은 점심시간 때 학교에서 밥을 먹지 않고 장학관을 다시 들렀다 갈 정도다.
올해로 농협장학관에서 생활한 지 3년차에 접어든 남호현 학생과 2년차인 강이서 학생은 체력단련실을 비롯해 컴퓨터실·독서실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때 특히 만족스럽다고 한다. 쾌적한 시설의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는 것과 대학 생활의 필수품인 컴퓨터를 쓰는 것 모두 외부에서 한다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학 시간이 1시간30분에 이를 정도로 먼 거리를 다니지만, 그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만큼 농협장학관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농촌에 계신 부모님의 권유로 농협장학관 입사를 신청한 다른 학생들과 달리 충남 예산에서 온 박태양 학생은 평소 <농민신문>을 구독하면서 농협장학관을 알게 돼 입사했다. 박씨는 “농촌 출신 선후배와 친구들 덕에 서울 생활의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사생들이 함께하는 국내외 봉사활동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은 물론, 사감 선생님과 관리직원들이 사생 전원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것.
정진종 농협장학관장은 “부모의 심정으로 학생들을 보살피고 도우려 한다”며 “농협장학관의 저렴한 비용과 뛰어난 시설은 모두 고향 농촌과 농업인 부모의 덕임을 학생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홈페이지 jaedan.nonghyup.com,☎02-993-2143.
●선배들이 전하는 생활팁
외박…부모에게 통보
장학관 행사 꼭 참여
상점 받고 인맥 쌓고
◆벌점은 피하고, 상점은 쌓고
누적 벌점 100점을 넘기면 퇴사 조치된다. 무단 외박 시 벌점은 30점이나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학교가 멀어 부득이하게 외박하는 경우, 미리 외박 신고를 하면 벌점을 피할 수 있다. 장학관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 상점을 받고 이듬해 장학관 입사 심사에서 가점을 받는다.
◆외박은 신중히
외박을 하면 자동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의 휴대폰으로 문자 통보된다. 학생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하지만 농협장학관의 확고한 관리방침이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농협장학관 행사 참여로 인맥 확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농협장학관이 주최하는 다양한 봉사활동과 장학관 내 동아리 등에 참여해 인맥을 넓히고 잊지 못할 추억도 쌓아보자.
강건우, 사진=김덕영 기자 gun@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