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억대 상금’ ‘프로와 아마의 차이’ ‘인공지능 바둑기사’…. 숱한 궁금증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둑 세계의 이모저모를 문답형식으로 풀어본다.



　◆‘집’을 짓고, ‘덤’을 계산한다?

　자신의 돌로 에워싼 공간, 즉 ‘집’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흑과 백은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그림(아래 바둑판)에서 A공간 속에 있는 교차점 개수가 흑집(12개), B가 백집(9개)이다. 그렇다면 ‘반집 차로 아깝게 졌다’고 할 때 하나의 집은 어떻게 쪼개지는 걸까? 답은 ‘덤’에 있다. 바둑에서는 먼저 두는 사람이 주요 지점을 선점할 수 있어 훨씬 유리한데, 나중에 두는 사람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경기가 끝난 뒤 몇집을 덜어내는 것이 ‘덤’이다. 한국 바둑은 6집 반을 빼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둑판은 왜 19줄?

　이는 우연이 아니다. “중국 한나라에서 쓰던 초창기 바둑판은 17줄이었으나 점술사들이 점을 보기 위해 19줄로 만들었다”는 것이 한 일본 교수의 주장이다. 19줄 바둑판에 있는 점의 개수는 모두 361개로, 고대 중국에서 1년으로 쳤던 360일과 유사하다는 얘기. 이 이론에 따르면 바둑판의 4개 면은 동서남북을, 4개의 모서리는 사계절을 뜻한다.

　◆응씨배·후지쯔배?

　모두 한·중·일·대만이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세계바둑대회. 그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둑 애호가였던 대만의 기업인 잉창치(응창기)가 최초의 바둑 국제대회인 ‘응씨배’를 만들고자 한 것.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40만달러(약 4억원)를 상금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일본이 IT기업 후지쯔가 후원하는 ‘후지쯔배’를 먼저 열며 ‘최초 세계대회’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한국 최초의 세계대회는 이듬해 열린 ‘동양증권배’로 일본과 대만에 비해 한발 늦었다. 하지만 현재 최고 상금 대회(농심신라면배·상금 5억원) 타이틀은 한국이 갖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 실력의 비결은?

　최근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민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 그 실력의 배경에는 3000만번의 바둑 가상 대결이 있다. 한 인터넷 바둑 대국실에 축적돼 있는 대결 기록을 모두 복기하는 방식으로 경우의 수를 높였다. 알파고는 현재도 여러 인공지능 바둑 컴퓨터들과 하루 20여회의 대결을 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기력(棋力)’ 차이 어떻게 나뉘나?

　프로 기사들의 ‘○단’은 한국기원에서 매달 집계하는 대국 성적을 토대로 한다. 대국에서 이길 때마다 점수가 쌓여 1단을 시작으로 9단까지 승단된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몇계단을 훌쩍 뛰어넘는 특별 승단도 가능하다.

　아마추어 기사들의 세계는? 가장 초보인 아마 18급부터 1급까지, 그 위로 1~7단까지 촘촘하게 짜여 있다. 한국기원에서 수시로 승급·승단 심사가 진행된다. 급의 숫자는 작을수록, 단은 클수록 실력이 뛰어나다. 또 매년 일반인·연구생·여기사 등으로 분야를 나눠 프로 입단대회도 연다. 각 대회에서 우승한 10명 안팎의 아마추어 기사가 프로의 길로 들어선다.

　◇참고자료=<대한민국 바둑백서>(한국기원), <바둑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신라출판사)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