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바둑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동양의 놀이문화다. 특히 한국·중국·일본에서는 중요한 여가선용의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고대에는 귀족층의 교양과목 중 하나였으며, 오늘날에는 두뇌 스포츠의 한 분야로 발전하였다.

　바둑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매우 다양한 속성과 효용을 지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효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바둑은 두뇌 계발과 정신건강 증진 등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80%는 바둑이 자녀교육에 유익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현대사회에서 바둑은 아동의 지적 발달을 위한 교육적 도구로도 활용된다.

　2014년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바둑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권 교수는 평균 12.4년 바둑을 훈련한 한국기원 소속 바둑전문가 17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 신경세포의 활성 정도를 검사했다. 뇌혈관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농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바둑전문가들은 일반인에 비해 직관적 판단과 공간·위치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위에서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음을 확인했다.

　직장이나 농사 등 현업에서 물러나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노년층은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건강 상태를 좌우한다. 일본에서는 바둑을 ‘세대 간 교류’의 소통 매체로 활용하며 지원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가나가와현·히로시마현·나가노현에서는 지역사회의 원활한 소통을 꾀하고자 지역 노년층에게 어린이 바둑교육을 맡겼다. 그 결과 어린이들은 사회성이 발달했고, 노인들은 생활의욕이 향상되었다. 바둑을 매개로 세대가 연대해 거둔 ‘윈윈(상생)’ 효과다.

　은퇴한 노인들은 여가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이런 면에서 바둑 봉사활동은 여가를 즐기면서 정신적인 만족까지 얻을 수 있는 사회활동으로 적격이다. 여가선용과 봉사가 접목된 이 활동은 노년기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생활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바둑 자체가 노년층의 두뇌 건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회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스스로 건강관리에 힘쓰게 됐다는 사례도 인상적이다.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국내에서도 노년층의 두뇌·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둑 보급을 위해 다양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수정<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