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살면서 한달을 덤으로 얻는다면? 양력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달의 ‘삭(朔)’과 ‘망(望)’에 한달을 맞추는 음력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윤달이 있는 해는 1년이 열세달. 이 한달을 여벌의 시간이라 여겨서인지 평소와는 다른 속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윤달을 둘러싼 속설들을 알아보자.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좋다=예로부터 윤달은 하늘과 땅의 신이 잠시 쉬며 인간에 대한 감시를 내려놓는 기간이라 여겼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분묘를 개장하거나 이장했다. 이사도 하고 우물을 파거나 메우기도 했다. 요즘도 이 속설에 따라 윤달이 들면 기존 묘를 개장·이장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전국 화장터의 화장 수요가 급증한다.

　◆결혼을 하면 좋지 않다=조선후기 학자 홍석모가 정리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윤달조(閏月條)에 보면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드는 데 좋다”고 돼 있다. 부정을 타지 않아 택일(擇日)이 필요없을 정도로 결혼하기에 좋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귀신도 챙기지 않는 ‘썩은 달’이라며 결혼을 피하는 풍습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 예식가에서는 비용을 깎아주거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윤달 혜택 홍보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수의 만들면 자손이 번창한다=노인이 있는 집집마다 윤달이면 수의를 미리 만들었다. 특히 윤 6월에 수의를 준비하면 부모가 장수한다는 속설도 있다. 또 이때 절에 가 불공을 드리면 모든 액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고 믿었다. 제주도에서는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생전의 죄를 모두 용서받고 극락왕생을 비는 불공이다. 조상이 좋은 곳으로 가면 자손이 잘된다는 이야기다.

　태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윤달이 만들어졌으니 윤달이 먼저 생기고 풍습은 그 이후에 생겨났을 것이다. 속설은 그저 속설일 뿐 전적으로 의지할 것은 못되니 시대에 맞게 참고만 하는 것이 어떨까.

　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