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단원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 <점심>에서 조선시대의 도시락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농사꾼들은 사기 또는 나무로 만들어진 도시락을 든 채 모두 싱글벙글한 얼굴이다. 1분1초가 귀한 농번기에는 논밭 근처의 나무그늘 아래가 곧 밥상인 법. 웃통을 벗어젖힌 채 옹기종기 모여앉아 때맞춰 아낙네가 머리에 이고 온 도시락을 하나씩 챙겼다. 시장이 반찬이니 밥 한덩이에 나물만으로도 꿀맛이겠지만, ‘탁배기’ 한잔까지 걸칠 수 있는 날이다. 어느새 해질 녘까지 일할 기운이 샘솟는다. 이렇게 밥심을 든든히 채워줬던 조선시대의 도시락은 어떤 모습인지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고리짝=길게 쪼갠 나무나 고리버들을 그릇 모양으로 엮어 사용했다. 주로 물기에 강한 대나무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싸리나무가 재료로 쓰였다. 솜씨 좋은 이가 만든 고리짝에는 들고 나르기 편하도록 손잡이가 달렸을 뿐 아니라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뚜껑까지 있었다고 하니 도시락으로 손색이 없었다.
◆목제찬합=재료가 나무라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둥글거나 네모난 그릇 모양으로 깎거나 짜서 더 그럴듯한 도시락을 만들었다. 안팎으로는 옻칠을 해 물이 스며들거나 벌레가 좀먹는 일을 막았다. 덕분에 고리짝과는 달리 마른반찬 말고도 다른 먹을거리를 담기 쉬웠다. 차곡차곡 쌓는 게 가능한 ‘조립형’이라 넓적한 그릇 위에 물 또는 술을 담은 나무병까지도 끼워넣을 수 있었다.
◆나전화문찬합=도시락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이다. 화려한 자개조각을 붙여 만든 갖가지 꽃 모양으로 목제찬합을 꾸몄다. 손잡이와 받침대는 빨갛게 칠해 멋을 더했다. 조선시대 관리는 출장을 떠나면 원(院)이란 숙소에 묵었는데, 여기서는 오로지 밥만 줬다고 한다. 반찬이나 다른 먹을거리는 여행자가 직접 챙겨다녔다니 큰 찬합이 필요했을 터. 아니면 지체 높은 양반이나 부잣집 도련님이 유람길에 사용하지 않았을까. ◇참고자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박현진 기자 jin@nongmin.com,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한국학중앙연구원·호림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