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시 : 2017년 08월 30일
국어사전에 등재된 ‘세뱃돈’의 뜻은 ‘세뱃값으로 주는 돈’이다. 세배는 섣달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이니, 세뱃돈은 곧 절값이다. 그렇다면 세배를 하면 돈을 주는 풍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세시잡영> <경도잡지> <동국세시기> 같은 조선 후기의 세시기에는 세뱃돈에 대한 기록이 없다. 다만 조선 말기의 문신 최영년이 1925년에 낸 시집 <해동죽지>에 ‘세배갑’이란 말이 등장한다.
“옛 풍속에 설날 아침이면 어린아이들이 새 옷을 입고 새 주머니를 차고 친척과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다. 그러면 어른들이 각각 돈을 주니 이를 ‘세배갑’이라 한다.”
‘옛 풍속’이라 했으니 1925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세뱃돈을 준 것이 분명하다.
조선시대 반가의 부인들이 행했던 ‘문안비(問安婢)’라는 풍속에서도 세뱃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문안비는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양반가 여자들이 정초가 되면 자신을 대신해 어린 여자 노비를 일가친척에게 인사 보내던 풍습이다. 문안을 받은 집에서는 반드시 여자 노비에게 세배상을 차려 대접하고 세뱃돈을 줬다고 한다. 그러니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세뱃돈을 주는 풍습은 꽤나 오래된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중국이나 대만에도 세뱃돈이 있다. 돈을 붉은색 봉투에 넣어주기 때문에 ‘홍빠오(紅包)’라 부른다. 중화권에서 붉은색은 나쁜 것을 쫓아내는 색이어서 세뱃돈을 붉은 봉투에 접어서 담아준다. 일본에서는 절은 하지 않고 새해인사를 나눈 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데 ‘도시다마(年珠)’라 한다. 빳빳한 신권을 준비하는 우리와 달리 어른 손바닥 반만 한 작은 봉투에 돈을 작게 접어서 넣어준다. 프랑스에서는 돈보다 선물을 주고받는다. ‘에트렌느(etrenne)’라고 하는데, 다만 아이들에게는 1~2프랑의 동전을 세뱃돈으로 주기도 한다.
이와 달리 몽골은 아랫사람이 어른들께 드린다. 설날이면 자녀들이 세배를 한 뒤 미리 준비한 돈을 부모님께 드린다. 이때 ‘하닥’이라는 천에 돈을 싸서 드리는데, 하닥은 가늘고 긴 비단 천으로 신이나 귀한 손님에게 바치는 선물로 이용된다.
이처럼 세뱃돈 풍습은 겉모습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새해를 맞아 복이나 행운을 기원하는 뜻은 같다. 최근 들어 세뱃돈이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아이들에게 세뱃돈의 의미를 가르치면서 세뱃돈을 주는 지혜를 발휘하면 될 일이다.
장장식(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