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국민 2명 중 1명은 더 이상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는 줄고, 자녀 교육·직장 문제로 떨어져 사는 가정이 많아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각자 흩어진 삶 속에서 사람들은 아침밥은 거르고, 술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사회조사’에는 그동안 짐작만 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단면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을 표본으로 선정해 이뤄졌다. 사회조사는 2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우리 사회의 단면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 방향도 짚어준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가족=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0년 64.7%, 2012년 62.7%, 2014년 56.8%에서 2016년 51.9%로 줄어 해를 거듭할수록 급감하는 추세다.

　동시에 응답자의 약 절반(48%)은 결혼을 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동거’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응답 비율은 2012년 45.9%, 2014년 46.6%로 증가해 결혼에 대한 인식과는 상반된다. 국민 4명 중 3명(75.4%)은 결혼 비용이나 절차가 과도한 편이라고 답해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반에 깔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에 대한 통념 역시 깨지고 있다.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율은 2014년 44.4%에서 2016년 39.5%로 떨어진 상황이다. 남성의 45%가 이혼은 안 된다고 답한데 반해 여성은 34.2%에 그쳐, 성별에 따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결혼이 줄어든 것과 동시에 기존의 가족도 흩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응답자 중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산다’고 답한 비율은 29.2%에 그쳤다. 통계청이 사회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 30% 아래로 내려갔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답변은 30.8%에 불과했고, 45.5%가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노부모가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는 비율은 52.6%에 달했다.

　◆불규칙한 식습관, 늘어난 스트레스=국민 10명 중 4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고 일터에 나간다. ‘아침밥을 먹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67.2%에 불과했다. 2010년에 비해 7.1%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 73.5%가 아침밥을 챙겨 먹지만, 미혼은 52.6%만 아침 식사 습관이 있었다. 청년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20~30대 10명 중 4명만 아침밥을 먹는 상황. 10명 중 7명이 아침밥을 챙기는 40~60대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반면 술은 더욱 자주 마신다. 국민 3명 중 2명꼴로(65.4%) 평소에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2년 전(64.6%)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 3~4회 술을 마신다는 비율은 10.7%에서 11.3%로 늘어났다. 음주를 지속하는 이유로는 ‘사회생활에 필요해서(53.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