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책방 ‘쓰는 하루’는 뜨겁다.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쓰고, 내 손으로 책 한 권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해서다.


김효섭(37)·김한솔이(35) 씨 부부는 2019년 11월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책방 ‘쓰는 하루’를 열었다. 2년간의 세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였다. 작가 지망생으로 꾸준히 글을 쓰던 김한솔이 씨는 세계 여행 중에도 쉬지 않고 원고 작업을 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e,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유목민처럼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다니며 일하는 사람)’로 여행하며 글을 쓰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저마다 부러움이 담긴 한마디를 건넸다.


“자유롭게 글을 쓰며 여행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쓰는 게 버킷 리스트예요.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겠죠?”
그래서 부부는 책방 ‘쓰는 하루’를 열었다. 이곳에선 책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쓸 수도 있다.



[언제든지 와서 읽고, 쓰다 가세요]
부부는 책방을 열면서 슬로건을 하나 내걸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책방 이름인 ‘쓰는 하루’도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쓰는 하루는 앞에 어떤 말을 넣어도 말이 된다. ‘나의 과거를’ 쓰는 하루, ‘나의 꿈을’ 쓰는 하루, ‘문득 떠오른 생각을’ 쓰는 하루 등 앞에 자기가 쓰고 싶은 걸 넣으면 한 구절이 완성된다. 부부는 거창한 글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일기를 쓰는 편안한 하루들이 모여 특별한 순간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지만 하얀 종이 앞에 딱 앉기만 하면 도무지 한 문장도 써지지 않는 사람, ‘글쓰기’는 먼 훗날 꿈에만 그쳤던 ?람…. 책방에는 이런 사람들이 글쓰기에 갖는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읽기 쉬운 에세이가 많다. 남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글로 쓰고 싶은 내 이야기도 하나둘씩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글쓰기 입문을 돕는 인문교양책, 삶에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 귀여운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재기 발랄한 책 등 긍정적인 에너지가 담긴 책들이 놓여 있다.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기는커녕,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무탈하기를 바라는 세상이잖아요. 우리 책방에서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좋은 기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곳에 와서 책을 보다가 나도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어졌다면? 책방에서 진행하는 수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책을 쓰자, 게을러도]
김한솔이 씨는 책방의 슬로건으로 내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를 실현하고자 글쓰기와 ‘책쓰기’ 수업을 열었다. 글쓰기 수업은 4주 동안 주 1회 진행된다. 8명이 한 팀으로 한 주에 한 번씩 책방에서 만나 자유롭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쓴 글을 서로 나눠 읽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꾸준히 글쓰기 실력을 키울 수 있다.김한솔이 씨는 “글쓰기 수업에서 책쓰기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우? 많다”며 “책쓰기 수업에선 6∼7명이 한 팀이 되어 책 한 권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책 한 권에 공동 저자로 함께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글쓰기 수업에 함께하는 사람은 각양각색이다. 10대 청소년부터 70대 어른까지 누구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쓰는 하루’에서 이렇게 글쓰기 수업뿐 아니라 책 출간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남편인 김효섭 씨의 역할이 컸다. 작가인 김한솔이 씨는 책방을 열기 전에도 원고 작업을 하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김효섭 씨는 출판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아내와 세계 여행을 떠났고, 한국에 돌아가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책방을 열자’는 아내의 비전을 함께 이루기로 결심했다. 그길로 김효섭 씨는 낮에는 책 편집과 표지디자인, 제작 및 유통까지 출판 관련 실무를 배우고 밤에는 책방 공사와 인테리어 작업을 도왔다. ‘키효북스’라고 출판 브랜드 이름도 새로 지었다.


책방 문을 연 지 몇 년이 흘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 김한솔이 씨는 책 큐레이션 및 글쓰기·책쓰기 수업에 집중하고, 김효섭 씨는 책 출간 관련 일을 전담하는 편집장 역할을 한다. 부부간 분업이 확실한 셈이다.


독립출판을 돕는 책방인 만큼 ‘쓰는 하루’ 한쪽에는 독립출판물용 서가가 따로 있다. 이곳엔 각종 독립출판물과 ‘쓰는 하루’에서 쓰고 편집·제작한 책이 전시돼 있다. 이 서가를 보면 ‘쓰는 하루’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동네 사랑방 같은 책방]
부부는 ‘쓰는 하루’가 동네 사랑방 같은 책방이 되기를 꿈꾼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오다가다 들러 편안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처음부터 그런 공간을 꿈꾸며 의자와 테이블을 많이 뒀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의 이용되지 못했어요.”
김효섭 씨는 ‘쓰는 하루’의 공간을 이용해 수업뿐 아니라 북토크,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책 관련 행사를 여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곳에서 책을 보던 사람이 직접 책을 쓰고, 또 그 책으로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책과 글쓰기에 가까워지는 것. 이러한 선순환을 일으키는 게 ‘쓰는 하루’의 목표다.


김한솔이 씨는 인천이 ‘전국에서 작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꿈꾼다. 그리고 그 시작에 ‘쓰는 하루’가 있기를 바란다.


“동네 사랑방 같은 책방이 되기, 그리고 더 ?은 사람의 작가라는 꿈을 이뤄주기. 이 두 가지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목표를 이룰 수 있겠죠?”
부부의 진심이 통했는지 ‘쓰는 하루’는 오늘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1월, ‘쓰는 하루’에서 추천하는 책]
‘쓰는 하루’의 정체성이 담긴 책은?
<게을러도 여행은 하고 싶어> 김한솔이 지음
책방 ‘쓰는 하루’ 하면 주인장 부부의 인생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책방의 시작이 된김효섭·김한솔이 씨 부부의 우당탕탕 세계여행 이야기를 아내인 김한솔이 작가가 가벼운만화로 풀어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 히조 지음
그림작가가 쓴 시집이다. 이 책의 시를 가볍게필사하며 글쓰기를 시작해보라. 흰 종이에한 문장도 쓰지 못하는 공포를 이겨낼 수있다. 책에 실린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자유롭게 글로 써도 좋다. 히조 작가의 그림은인물의 표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을 보는사람마다 각기 다른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요즘 ‘쓰는 하루’에서 핫한 책은?
<적당히 불편하게> 김한솔이·히조·요니킴·고양이다방·고세인·메르시온 지음
지구를 위해 에코 라이프를 실천해야하는데…. 관심은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는어렵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잔뜩 쓴날에는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한다.이 책은 6명의 일러스트 작가가 모여 지금우리가 겪는 환경문제,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동물보호 등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담았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면?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 없어> 김윤주 지음
책을 쓴 김윤주 작가는 평범한 주부였다.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남편의 병간호가 급해자기 삶은 다음으로 미루다 보니 벌써 61세.회갑을 맞아 그는 가족들에게 특별한 선물을부탁했다. 다름 아닌 ‘시간’이다.쉴 틈 없이 인생므 살아낸 그는 일상을 잠시멈추고 ‘걷는 사람’이 되어 해파랑길을 걸었다.그리고 깨달았다.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없다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이라면 책의제목을 소리 내 읽어보라. 그 자체만으로도 큰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